내가 꾸는 꿈은?
손자 녀석이 간간히 꿈을 꾸는듯한 모습을 보이며 잠을 잔다.
아기들은 무슨 꿈을 꿀까 궁금하다. 만일 전생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런 종류의 꿈을 꿀 것만 같다. 영문도 모르며 야단 맞고 우는 꿈, 무엇인가를 이유 없이 빼앗긴 꿈,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놀라 울던 꿈… 나이 들면 점점 그 꿈은 복잡해지고, 끔찍해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도 절벽에서 떨어지는 어린애들 시절의 꿈을 가끔 꾼다. 신발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시험을 보는데 시간이 모자라 애를 먹기도 하고,,,
몇 년전 아내와 인도 여행을 다녀온 뒤 며칠간은 카메라를 들고 기막힌 경치를 찍으러 다니는 꿈을 꾸기도 했다. 아마도 잠재의식 속에서 상상하던 풍경이 꿈속에 눈앞에 펼쳐진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꿈을 꾸는 동안에는 행복했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남들은 꿈을 흑백으로 꾼다던데, 나는 아직 어린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지, 정신분열증 초기증세인지 컬러로 실감나게 꾼다.
어쩌다 너무나 괴로운 상황에 시달리는 꿈을 꾸게 되면 그 꿈 속에서도 이건 분명 꿈이야 하며 애써서 부정하다가 깨기도 한다.
꿈에 대해서는 이론도 많고, 꿈을 주제로 한 이야기도 무궁무진하게 많다.
아기들의 꿈은 과연 어떨까?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면 늘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걸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꿈이 아닐까?
꿈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꿈이란 단어가 재미있다. 밤에 잠자며 무의식 속에서 꾸는 것도 꿈, 낮에 의식 속에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며 꾸는 것도 꿈이니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대부분은 꿈이 단순해지고, 어쩌면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또는 축소되며 바뀐다.
지금 나의 꿈은 무엇일까? 이룰 수 있을 만큼의 소박한 꿈이라도 남아있는 지 모르겠다.
홍천 산골에 주말에 들러 이른 아침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식탁에서 아내랑 아내가 좋아하는 호두파이를 놓고 커피를 마시며 다음 여행 계획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꿈은 분명 이룰 수 있으려니 하고 있다.
남이 듣는다면 그게 어찌 소박한 꿈이냐고 뭐라할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