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s/사진 이야기

내 카메라 이야기

bomnae 2005. 8. 13. 21:07
처음 카메라를 만난 것은 언제일까?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마 유치원시절 앨범 만든다고 사진관에서 펑 소리와 함께 어렴풋이 보았던 것이 최초의 만남이 아닐까 한다. 가족 앨범에 조그만 돌 사진이 있으니 그것이 아마 내 첫 사진이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집에 독일제 콘텍스 카메라가 있었다는데 아버님 친구분 인지 누군가가 빌려가 잃어버리고는 일제 Petri라는 카메라로 대신 돌려 받은 것이 있어 흑백 사진을 대학교 시절에 산에 다니면서 어쩌다 몇 장씩 찍게 된것이 사진에 대한 첫 걸음마였다.

보성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에 사진을 찍으시던 선생님으로는 상업과목을 가르치던 홍순태 선생님 (당시 국전 심사위원, 신구전문대 교수)과 국어과목 선생님을 하시다가 일본에서 사진을 계속하시고, 중앙대 사진학과장으로 변신하신 한정식 선생님이 계셨고, 홍순태 교수님의 지도로 사진 반이 운영되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 시절 홍교수님께서 출품했던 국전에서 시골 장날에 찍은 짚신장수의 뒷모습을 찍은 “육날 미투리”, 오리새끼 여러 마리를 찍은 “영압”, 제목은 잊었지만 양수리에서 흰 요트를 세워서 찍은 작품, 한교수님께서 출품하셨던 “꼭꼭 숨어라” 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걸 보면 아마 여건이 주어졌더라면 그때부터 사진을 시작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진은 잘 나왔지만, 고장이 잘나서 몇 번 남대문 시장으로 수리를 다니다가 지쳐버린 Petri 카메라는 어찌 되었는지 모른다. 카메라수리 점에서 키가 작고, 천생 카메라나 수리하고 살게 생긴 기사의 말이 사진은 잘 나오는데 기계가 너무 약해 고장이 많아 2500대 정도 만들고는 말았던 모델이라고 하던 말을 듣고는 카메라수리에는 도사구나 하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
언제부터 집에 있게 되었는지 몰라도 신혼여행 때 설악산에서 썼던 Canon QL 인지 하는 카메라가 있었다. 잘 나온 사진 몇장이 앨범에 꽂혀있다.
내 능력(?)으로 카메라를 사게 된 것은 회사가 여의도 장기은행 건물에 있던 시절, 부서 선배의 소개를 받아 직장 동료로부터 산 Canon AE-1 Model이다. 그때만해도 표준렌즈 50 mm에 밝기가 1.8이 좋은지 1.4가 어쩐지도 모르고 그냥 샀었는데, 한참 후에 Nikon FM Model (아직도 건재한 FM2의 최초 Model)로서 웃돈 주고 바꾸려고 남대문시장을 가서야 알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이 없었다. 작은 매형 댁에도 같은 카메라가 있어, 큰 녀석 찍어준다고 몇 번인가 빌려서 쓰다가, 그때만해도 귀했던 것이 카메라라서 망가뜨릴지 몰라 조심스럽기만 했는데, 결국엔 아내가 걱정되니 우리도 사지요 하는 권유로 내 손에 카메라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Canon AE-1 Model을 애들 크는 동안에 제법 쓰다가 Nikon FM으로 바꾸게 된 동기는 그 Camera의 사진이 맘에 안 들어서가 아니고, Canon AE-1 Model의 Battery 때문이었다.
머피의 법칙이 카메라에도 적용이 되었기 때문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Battery부족으로 애를 먹어 Battery 노이로제증세(?)를 보였던 때에, 미아리에 사시던 한의사 (뒤늦게 깨닫기 시작한 세상살이의 철학 선생님으로 모시고 소주 병을 수 없이 비웠었다) 한 분이 가지고 있던 카메라가 Nikon FM Model이었고, Battery가 없어도 셧터는 눌러지는 완전 수동형이라 불편하면서도 불안하지는 않다는 매력(?) 때문이었다.
Negative 필름을 쓰던 당시에는 노출의 중요함을 잘 모르고 마구 찍어도 현상소에서 대강 알아서 사진을 만들어 주었기에 그저 Battery가 떨어지더라도 눌러지기만 해라 하고 망설임 없이 바꾸게 된 것이다.
Nikon FM은 중고였고, 카메라 상에서 싱싱한 것처럼 눈가림으로, 적당히 손질을 해두었던 것이지만 정말 오랫동안 정들이며 썼다. 고장이란 생각할 필요가 없는 튼튼한 Model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겨울에 월간 사진지의 동호회를 따라 철원 고석정에 고드름을 찍으러 간 적이 있었다. 아마 영하 15도 가까운 추운 날이었는데, 한 나이드신 분께서 그당시 최신 모델이던 Nikon F3 Titanium 신품을 가져오셔서 개시를 하셨는데 그 비싼 카메라의 셧터가 얼어 카메라를 품고 녹이고 애를 쓰는 동안에 나는 남 보라는 듯이 목에 걸고 마음껏 찍을 수 있었던, 카메라의 걸작품이었다. 아마 너무 낡아서 부품이 헐거워져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대산의 삼성종합화학 건설 당시에 전기실 콘크리트 바닥에 떨구어 팬타 프리즘 부분이 조금 찌그러 들었어도 작동은 잘 되었던 믿을만한 카메라였다.

Nikon F2 Model로 바꾸게 된 것은 그토록 아끼던 FM Model의 노출계 관련 부품이 수명을 다할 때쯤 되어 우연히 소위 말하는 장농표를 직장동료를 통해 사게 된 우연 때문이었다. 쇠뭉치 같은 중량감, 완벽한 기계음을 내는 셧터, 프리즘을 떼어내고 내려다보며 몰래 찍는 즐거움… 정말 맘에 드는 Model이다. 이젠 노출계가 늙어 수리할 수도 없고, 가끔 꺼내서 듬직한 무게를 즐기게 된… 정말 좋은 카메라다. 언젠가 히말라야나 극지방으로 트래킹을 하러 가게 되면 다시 쓰게 될 것이다. 노출계가 늙었다고 카메라를 바꾸게 될 줄은 몰랐다. Slide필름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노출을 정확히 맞추려고 신경을 쓰게 되니 결국 Nikon 90X, Auto Focus로 타락(?) 하게 되었다.
어느새 이런저런 이유로 편하게 찍고 싶어진 것이다. 이 나이에 이러면 안 되는데….하지만 아직도 기계식 카메라에 미련을 둘 수 밖에 없는 것은 일본 출장 때 틈내서 샀던 24mm 광각, 105mm 준 망원 수동 렌즈 때문이다. 오래 써왔고, 솜씨에 비하면 수준급으로 사진을 만들어주니 아직도 본전을 덜 뽑은 것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어쩐지 좋지 않지만, Camera는 잘 만드니 어쩔 수 없이 쓰고있다.
욕심 같아서는 대한항공의 고 조중훈 회장님처럼 Contax를 Full Set로 꾸려서 Trunk로 가득 들고 다니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최근에 와서야 Camera나 Film이 Brand별로 색감도 다르고, 강점역시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니 이젠 Camera바꿈질도 조심스러워졌다. 그저 모르는게 약이야 하는 속담의 위대함(?)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회사 신입 후배나 주변 동료들 보고는 좋은 기계, 비싼 기계로 사라, 렌즈도 좋을걸 사라 하면서 나는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기계나 렌즈가 사진을 좌우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 * 뱃장 때문에… 그러나 최근엔 애들도 독립할 때가 되었고, 금전적인 여유가 조금씩 보여서인가 몰라도 기계욕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큰 녀석의 Canon Powershot G3, 작은 녀석의 Canon Powershot Pro-1이란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에 놀랜 이후 다시 기계의 힘이 짧은 사진실력을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자제력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의 렌즈 값이 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무릎 관절염이 일찍 찾아오도록 엄청난 중량으로 짊어지고 다녔을지도…
이제는 무릎 상태가 나빠져 무겁고 비싼 렌즈사기에 조심스럽게 된 것은 어쩌면 하느님의 너그러운 배려인지도 모른다. 넌 실력 키우기를 먼저 해라!! 라는…

Nikon F 90X Model 역시 만족스럽게 쓰고있다. 한겨울 회사 동료들과 갔던 강원도 피닉스 파크 주차장 바닥에 떨구어 프리즘 부분이 약간 찌그러 들었지만, 아직은 잘 쓰고있다.
오래전부터 꽃사진 특히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었지만 접사 필터의 성능에 실망을 해서 망설이고 있다가 결국 60mm Auto Focus 마크로 렌즈를 사게되어 표준렌즈 겸용으로 사용중이고, 아직 불만은 없다.
전문가들은 카메라 브랜드 별로 색상이 다르다, 느낌이 다르다 하고 장단점을 비교도 하지만 Nikon Model의 솔직하고 과장 없는 사진에 익숙해진 지금에는 Canon같은 메이커로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 기계적 내구성에 대한 Test를 이미 직접 물리적으로 끝냈으니…
조만간 디지털 SLR Camera를 사고야 말듯한 예감이 든다. 그 성능이 최근 눈부시게 발전을 했고, 울산에 사시는 사진작가께서도 이미 필름카메라를 포기하신 것을 보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