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곤줄박이
어론리 앞마당에 곤줄박이 몇 마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집을 마무리 할 무렵 갑자기 집안으로 날아 들어와 유리창에 몇 번 부딪히다가 무사히 빠져나가며 잠시나마 안타깝게 했던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지난해 싱크대 배기관에 둥지를 틀었다가 우리 때문에 새끼치기를 실패한 녀석들이 다시 돌아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집 주변을 부지런히 맴돌며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배기관을 망으로 막아버렸으니 나무 위나 다른 곳에 둥지를 틀겠지만, 주말에만 들러서 소란스럽게 있다가 돌아가 버리는 우리들이 행여나 지난해처럼 새끼치기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주일 전 주말, 풍암리 방앗간 콘크리트 지붕 슬래브 아래에서 제비집 두 채를 발견하고는 도대체 몇 년만에 보는거야 하며 아내랑 무척 반가워 했다. 아직 어론리에서 본적도 없는 제비가 우리 집에 둥지를 트는 것 까지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둥지는 아니더라도 이른 아침마다 어떤 녀석이든 재재거리는 새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를 해본다.
물을 먹으려 허밍버드가 집 주변으로 날아드는 모습을 미국 여행 중에 몇 번 보았던 아내는 우리도 새집이나 먹이줄 수 있는 뭘 만들어 보자고 한다. 집 짓고 남은 나무로 새집을 지어보려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받아놓고는 아직 시간이 없어 머릿속에서만 만들어 보고 있다.
새집을 인공으로 만들어 걸어주는 것이 새의 번식을 도와 자연보호에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인지,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것인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야성을 잃지 않게 해 주면서 생존에 지장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란 결코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