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nae 2010. 4. 5. 17:01

지난 토요일 과천의 묘목시장에 다녀왔다.

식목일을 앞둔 주말이어서일까 한식을 맞아서일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제는 나무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공산품이 아닌 나무를 인터넷으로 산다고 하는 것은 익숙하지도 않고 실물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탓에 교통 체증을 감수하고 눈으로 확인하러 간 것이다.

과천의 묘목시장에는 해마다 나무를 사러 오는 듯한 부부도 많이 눈에 띄었다.
추운 홍천에 나무를 심어야 할 상황이니 월동이 가능할까가 관심거리였는데, 횡성에 심을 나무를 고르던 어떤 부부가 아내를 보고는 감나무는 얼어 죽으니 절대 심지 마세요.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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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주렁주렁 달리는 감나무가 있는 옛 고향을 그리며 심었겠지만, 아직까지 영서지방에서는 감나무를 본 적이 없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한 이십년 후에는 홍천에서도 감나무, 대나무나 배롱나무처럼 남쪽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를 홍천에서도 볼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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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 체리, 앵두, 개량 머루, 대추, 불두화, 벗나무, 구기자, 자두, 작약, 목단 등등 제법 많은 나무를 차에 실었다. 구근으로 칸나, 글라디올러스, 튤립, 다알리아를 사고나니 지난해에 여기저기서 구해둔 꽃 씨앗도 자리를 잡고 사방에 꽃이 피어나는 그림을 상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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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 전에는 풍암리 읍내에 들렀다가 산사나무, 팥배나무 어린 묘목을 스무 그루씩 사서 심었고, 홍천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과실수가 어떤 종류인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기에 기대에 부풀어 몇 그루씩만을 시험 삼아심었지만, 삼년 뒤, 오년 뒤 봄이오면 가지마다 꽃이 피고 과일이 제법 달리는 나무들이 벌써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그려지니 아마 작은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많은 부부들이 나처럼 묘목시장을 기웃거렸나 보다.
과일이 달리는 나무가 많으니 결국 병충해와 싸워야 하기마련이고, 이런저런 농약도 써야 할 상황이 닥쳐올지도 모르지만, 재미 삼아 심어보아도 되는 입장이니 그나마 조금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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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랑 열심히 심은 묘목이 자리를 잘 잡고, 무 농약으로 버틸 수 있게 되기만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면서 고단한 몸을 추스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