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서 소근소근/비처럼 음악처럼

손자녀석의 홍천 나들이

bomnae 2009. 5. 7. 18:17

지난 월요일, 이제 세상에 나와 한 살 반정도 된 손자녀석이 마무리가 한창인 집 짓기 현장에 나들이를 왔다. 어느새 옆 개울에는 어린 무당개구리들이 천방지축 돌아다니고 있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나비들이 제법 많이 날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아파트 주변에서 모래를 만져보기 시작한 녀석은 시골의 흙 바닥을 신기해 했고, 익숙치 않은 분위기에 한동안 망설이며 조심스러워 했다. 점심때 풍암리 장날 나들이까지 해서 검정 고무신까지 얻어 신은 녀석은 신나게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구경꺼리을 찾으며 놀더니 결국에는 앞마당에 쌓인 모래더미에서 미끄럼을 타는 수준까지 몇 시간 만에 발전했다. 일단 익숙해진 뒤로는 모래, 흙 만지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본 식구들은 어린애들에게는 역시 흙장난을 하며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 일치를 보았다.

 

우리 애들도 어릴 때 그랬지만, 어린애들은 대부분 흙장난을 좋아한다. 흙이란 우리 인간과 아주 가까운 관계요, 본능적으로 이미 적응이 되어있는 우리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감이 별로 없던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앞마당 모래밭에서 고무신 신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집짓기 하며 놀던 것이 중요한 놀이 감이었는데, 이제 서울에서는 아파트 한구석에 모래밭을 겨우 모양새로 갖추어 놓았을 뿐이고, 흙을 밟아보기는 힘들어 졌다.

 

요즘의 어린애 들은 컴퓨터 게임 같은 재미있는 놀이에 정신 없이 빠져들 수도 있겠고, 지식의 홍수 속에 IT 시대를 살면서 편리한 면도 많이 있겠지만 흙 내음을 맡을 기회는 거의 사라졌다. 시골에 가면 젊은 부부나 어린애를 만나보기 드물게 되었고, 농사는 노인들 몫이 되어 버린지 이미 오래 되었는데, 어론리 역시 주변에서 만나는 노인들 연세를 보면, 앞으로 10~15년 정도 뒤에는 누가 농사일을 꾸려 나갈지 모르겠다.

 

아내와 요즘의 주요 화제거리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서울과 시골의 생활을 조화롭게 꾸려갈 것인가? 손자녀석 성장 환경을 어떻게 보살펴 줄 것인가 이다. 시골 어린이들과 서울 어린이들의 생활 환경은 아주 차이가 많다. 흙내음도 맡고, 도시 생활도 하며 어느 정도 절충을 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는데, 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이론일 뿐이다. 두고두고 생각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