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서 소근소근/비처럼 음악처럼

이제 겨우 자리 잡은 반송을 옮기려니...

bomnae 2008. 6. 20. 17:48

어느새 손자녀석이 세상에 나온지 6개월이 지났다.

갓 태어났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나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껏 큰 병치레 없이 잘 커오고 있으니 다행스럽기 이를 데 없다.

지난 4, 홍천에 녀석이 세상에 나온걸 기념하자고 심었던 조그만 반송이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동안 날씨가 좋았던 덕분이려니 하고 있다.

예전에는 딸을 낳게 되면 오동나무를 심어서 시집갈 가구를 만들어 있게 했다고 들었다. 홍천의 나무시장에 들러서 사다 심을까 기웃거리며 고르다가 아내의 제안으로 키가 60cm 정도되는 반송을 골랐는데, 모양은 키우면서 다듬으면 되지만, 소나무라서 살리기가 쉽지 않겠기에 우선 살리는 것을 목표로 기회가 있을 적마다 물을 주면서 자리잡고 살아 주기만을 기대해 왔다.

지난주 우물 파는 작업을 둘러보러 들렀다가 솔잎혹파리가 가지 끝마다 침처럼 하얀 거품을 품고 있는 것을 모두 잡아 손질도 주었다.

사람이 서로 만나는 것을 인연이라 하지만, 나무와 사람이 만나는 역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소나무이니 씨를 심어 번식을 시킨 것일테고, 아마 한두해 정도 지나서 누군가에게 손질을 받으며 자리를 옮겨가며 커오다가 어쩌다 곁에 까지 오게 되었으니 어찌 인연이라 하지 않겠는가.

이제 겨우 자리를 잡으려고 하고 있는데, 7월이면 다시 터를 옮겨야 하니 그렇지 않아도 이식이 어렵다는 소나무가 한여름 더위를 견디어 낼지 걱정이 된다.

가끔 회사에서 경력사원 면접을 하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회사를 옮기게 이유가 있었겠지만, 사람이 직장을 옮기는 것과 나무가 살던 터를 옮기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수동이냐 능동이냐 차이가 있으니 근본이 다른 것이 아니냐 할지 모르지만, 모든 인연으로 이어지는 삶이 아닌가 한다. 회사를 옮기게 되는 이유 역시 인연 따라 누군가의 의지에 끌려 삶의 터전을 바꿀 밖에 없게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지로 옮기는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남의 의지에 따라 옮겨지는 것인지 없는 노릇이나, 어쨌든 새로이 좋은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한다고 믿는다. 언젠가는 새로이 이룬 좋은 인연이 좋은 인연을 낳게 하기 위해서라도


머지않아 새로운 직장에 자리를 잡게 될 큰 녀석과 홍천에 심어둔 소나무의 처지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몇자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