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집 첫손님은?
지난주 집안 바닥미장 작업 중에 집안을 둘러보니 새똥이 벽에 묻어있었다. 첫 손님으로 맞은 동물은 이름 모를 새가 된 것이다. 공사 중 집 주변에는 할미새처럼 보이는 작은 녀석이 눈에 띄었는데, 그 녀석일지도 모른다.
지난 월요일에는 부엌 처마 가까이에 벌 한 마리가 집을 짓고 있었다. 두 번째로 찾아준 이웃이 된 셈이지만, 마침 손자랑 나들이를 왔던 큰 아들이 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새를 틈타 뜯어내 버렸다. 어제 아침부터 외벽 페인트 작업을 시작했는데, 구들방 창틀에 또 다시 벌집을 짓고 있었다. 전날 본 그 녀석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비를 안 맞는 처마 밑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위험해 보이는 벌집이니 결국 헐어야 한다.
현관 앞을 정리하다 보니 조그만 생쥐 새끼 한 마리가 숨어있다가 화들짝 놀라 숨어버린다.
별로 반갑지 않은 녀석인데, 앞으로 어떻게 함께 지내야 할지 아직 전혀 모르겠다.
웬지 남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자리를 차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 양보하는 절충안이 생기게 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분위기도 조성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런 기대를 한다.
이른 아침안개를 뚫고 여러 종류의 새소리가 집 주변에서 울려 퍼졌는데
아내는 새벽녘 집 주변에서 짐승의 기척을 느꼈다고 했는데, 지난해 가을, 옥수수를 갉아 먹어버린 녀석이 아닐까 짐작을 해 보았다.
사람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지금, 사람의 마음에 안 드는 생물체는 모두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제거되고 있다. 예쁜 꽃을 피우는 야생화도 밭에 자리를 잡게 되면 잡초가 된다. 잔디도 풀, 야생화도 풀인데, 잔디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초제 세례를 받고 밀려나야 한다. 노루나 고라니 같은 산 짐승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조금씩 나누어 먹으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밭을 전용하여 집을 지은 나 역시 그들에게는 침입자요, 방해자가 되었지만, 어떤 방법으로든지 서로 도우며 살고 싶다. 겨울철에 먹이를 주며 생존을 돕는 것이 주변 동물에게 과연 도움을 주는 행동이 될지 어떨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욕심 줄이고 나누는 방법을 찾아 보는 것 만이 지금 찾을 수 있는 최선책이려니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