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권정생 선생님의 시 “애국자가 없는 세상”을 읽었다.
아니 이건 비틀즈의 “Imagine” 아냐?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라가 없어져 국경이 사라지고 세계가 하나가 되어 평화롭게 되는 세상, 그토록 애타게 바라며 꿈꾸던 세상을 저 세상에서 만나셨을까? 선생님께서는 비틀즈의 노래를 가까이하지 않으셨으려니 하고 상상이 되는데, 전혀 다른 세상을 살면서 같은 생각을 하셨으니 이것 역시 우연일까 필연일까?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이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 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