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워낙 많은 연주가의 손을 거쳤지만, 유독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주하는 글랜 굴드의 연주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작은 의자에 웅크리듯 앉아서 독특한 자세로 연주하는 모습으로는 그런 현란하고 화려한, 자유자재, 물 흐르듯 하는 연주는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은데, 동영상으로 보는 그의 연주는 충격적이기도 하다.
하루에 18시간씩 피아노와 살았기에 그런 연주가 가능했는지는 모르나 50을 넘겨 최고의 경지에 이를 만한 시기에 세상을 떠났기에 아쉽기만 하지만, 어찌 보면 정점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난 결과가 된 것이니 천재로서 천재처럼 생을 마무리한 셈이다.
지휘자로도 유명한 다니엘 바렘보임의 연주도 동영상이 올라있어 같은 곡의 연주를 들어보았지만 어쩐지 얄팍하고, 경박스러운듯한 연주가 대조적이었다.
천재란 하늘이 내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본인의 노력으로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 천재가 아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천재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
손자 녀석이 똑똑하다면 물론 조금 둔한 것 보다는 세상을 살기 쉬울지 모르지만, 웬만한 수준의 머리로서 남보다 많이 처지지 않는 정도의 위치를 지켜가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천재 수준의 머리가 세상살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 녀석의 두뇌 수준이 어떨지 모르지만, 오로지 공부에만 가치를 두고, 공부공부 하며 밀어 부치는 우리나라의 학교 생활을 이겨내야만 할 녀석의 앞날을 바라보는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다.
지옥 같은 학교 분위기는 그 녀석 세대에도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녀석도 지금의 나처럼 음악을 좋아해서, 그 음악에서 잠시만이라도 위안을 받아가며 숨고르기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고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