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생활 2년, 회사 근무 중 해외생활 대략 1년여를 제외하더라도 내가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세월은 50년이 넘는다.
지난해 홍천에 도피(?)처를 장만하고, 올해에는 봄부터 집 짓기를 착수, 오랫동안 별러온 서울 탈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그간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직장생활만을 30여 년 해오다 보니 개발행위 허가, 분할 측량, 건축허가, 우물 파기, 전기 끌기, 정화조 설치하기 등등, 전혀 생소한 일들이 줄지어 있고, 매 단계별로 소요되는 자금도 수월치 않다.
개발행위허가라는 단어가 이제야 겨우 익숙해지려 하고 있는데, 그 동안 토목 설계 사무소의 소장과 나눈 몇번의 대화에는 지금껏 들어보지도 못했던 용어가 줄줄이 이어졌고, 그 절차 역시 합법으로 진행하려니 무엇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었다.
당분간 컨테이너 정도나 놓고 주말에나 드나들면 되지 않을까 하다가, 최소한 이동식 주택이라도 갖다 놓으려 하니 합법으로 하려는 사람이 바보처럼 취급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모든 복잡한 절차가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적당히 비비며, 속된말로 개기며 살면 되지 하는 사람들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 졌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우물도 파고 전기도 끌어야 하고, 주문한 목조 주택이 들어오고 기초공사 후 조립 마무리까지 하려면 두 달 가까이 더 걸려야 한다. 이렇게 금전적인 부담이 크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말만이라도 맑은 공기를 마시고, 개울물 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서울 촌놈이 강원도 촌사람으로 신분전환(?)하기란 아직 시골생활, 한 귀퉁이 텃밭 일구기에도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