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5. 17:41

손자 녀석과 비지스의 DVD 함께 보기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손자녀석은 오며 가며 차에서 듣던 비틀즈의 히트곡 모음집의 곡조를 거의 외우는 수준에 도달을 했다.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들을 수 있는 곡이 팝송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요즈음 워낙 TV 같은 방송매체를 쉽게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다양한 음악을 거름막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결과가 아닌가 한다.

몇 년전 중국 출장 길에 우연히 호텔 앞의 매장에서 샀던 불법 복제판 몇장 중에 비지스의 라스베가스 그랜드 호텔 공연실황 “One Night Only” 가 들어 있었다. 한달 쯤이나 되었을까, PC를 켜고 듣고 있을때, 손자녀석이 뭐예요하면서 눈길을 주더니 어느새 퇴근하면 할아버지 비지스 틀어주세요하며 모니터 앞에 앉는다. 며칠을 지나면서 곡을 익혀 흥얼거리듯 따라 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더듬거리며 가사 흉내도 내고 있다.

아내는 당신 손자를 어쩔려고 그래요 하지만, 어느새 아직 두 돌도 되지 않은 작은 손녀 녀석도 의자를 갖다 달라고 하고는 곁에서 박수치고 박자 맞추기도 하며 함께 보게 되었다.

모니터를 함께 보면서. 비지스란 깁이란 삼형제가 만들었는데 오른쪽이 큰형이고 가운데, 왼쪽이 쌍둥이 동생들인데 막내는 몸이 아파 병원에서 수술을 하다가 죽었단다 하고 일러주었더니, DVD를 켤 적마다

 이 사람이 형이지요하면서 복습을 한다.

 

찌르릉 찌르릉동요를 불러야 하는 수준의 어린애들이 팝송을 듣는 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가사의 뜻도 모르면서 팝송을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는 건 작곡이 워낙 잘 되어 있기 때문인지, 음악에 소질이 있기 때문인지를 판단해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화면을 보면서 음악을 동시에 들을 수 있기에 아무래도 쉽게 곡을 익힐 수 있게 되는게 아닌가 상상을 해 보지만, 비틀즈 곡은 CD로만 들어서 익힌 셈이니 화면 때문인 것은 아니다. 워낙 세계를 주름잡던 그룹이니 나름대로 이유야 충분히 있을테고,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들이었기에  세대를 아우르는 수많은 명곡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 것임을 실감하게 한다.

어린 나이에 팝송을 듣는다는 것이 커가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짐작 할 수도 없고, 좋은 음악이란 어쨌든 인류를 행복하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였으니 악영향은 미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음악이 없는 내 생활을 상상할 수 없듯이 그 녀석들도 삶의 윤활유,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어떤 음악이든 가까이 하면서 바른길을 나아 갈 수만 있다면 하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