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5. 07:29

식물의 생명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며칠 만에 다시 가본 텃밭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심은 고구마, 옥수수, 상추, 방울 토마토,

가지, 고추 모종들이 대부분 싱싱하기 살아있었다.

 

갈아 엎어 놓은 밭 고랑에 검은 비닐로 멀칭을 한 다음, 대충 꽃아 놓듯이 심고 나서

고양이 세수하듯 물을 조금씩 밖에 주지 못했고, 그간 날씨가 더워 모두 시들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어제 보니 대부분 싱싱한 모습이었다.

고구마는 불과 며칠 새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고, 어느새 이름 모를 나비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고 있었다.

 

지난 4월초에 심은 매실나무 10주중 8주는 싱싱하게 잎이 돋아나 땅 기운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심으면서 보니 뿌리가 너무 허술하기도 했기에 돌팔이가
제대로 돌볼 시간도 없이
공연히 나무만 죽이는 꼴이 아닌가 했던 걱정을 잠재웠다.

 

농사라야 시늉이나 내면서 시작을 한 셈이고, 작은 밭에서 운 좋게 조금이라도 수확을

하게 된다면 식구들끼리 나눠먹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으니, 욕심을 낼 필요도 없다.

최악의 상황으로 전혀 거두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섭섭하다는 것 외에는 문제 될 것이

없으니 전혀 부담 없고, 그저 흙 내음이나 맡으며 잠시 숨 고르기 하듯 도시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직은 농약을 뿌리지 않아서인지 주변 논두렁에는 무당개구리들이 많이 눈에 띄고,

산에서는 여름 철새인 뻐꾸기소리가 들리고 있다.

 

머지 않아 주변 환경은 동네에 농사짓는 이들이 뿌리는 제초제 같은 농약으로
모두 망가져 버리겠지만, 작은 새소리,
개울 물소리라도 간간히 들을 수 만 있다면,
나중에 마음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몰라도,
지금 나의 바람은 그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