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7. 08:03

싱싱한 상추를 따면서

지난 일요일, 밭에 심었던 상추를 따면서 잠시 삼십년전 신입사원 시절을 되돌아 보았다.

 

신입사원으로 철 모르며 출근 하던 때, 당시 부서장께서는 설계업무란 농촌형
근면성을 바탕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창조적인 발상도 필요하고, 뭔가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해야 하는데,
시골에서 농사짓듯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밭에서 일하는 식의 자세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사일은 근면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진리
처럼 받아들여져 왔지만, 요즘엔 농기계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보급이 되어
있고, 인력보다는 기계에 의존하고 제초제, 살충제 등 농약을 수시로 사용하게
된 지금, 예전에 비하면 근면성의 중요함은 뒷전으로 조금 밀려난듯하다.

 

밭에는 대부분 멀칭용 비닐을 덮었기에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고 김매기 손질도
훨씬 덜 해도 되지만, 농사철 내내 검정 비닐로 덮여 있는 밭이 과연 예전처럼
생명력을 유지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초보 농사꾼인 나로서는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땅도 숨을 쉬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나, 자주 돌보지도 못하면서도 무작정
예전의 농사방법을 답습할 수는 없어 당분간은 멀칭한 밭이 어떻게 변해갈지
지켜볼 수 밖엔 없지만, 되도록 농약을 안 쓰면서 관리를 잘해서 건강한 땅으로
유지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분명하다. 지난주 도라지, 더덕, 쑥갓 씨를
뿌리면서 밭고랑 만들며 만난 지렁이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농사일 개인 교습 선생님으로서 수시로 밭도 돌아봐 주시는 이웃의 손선생님께서는
농약 안 쓰는 농사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환경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나로서는, 비록 대책은 전혀 서있지 않지만, 조금 덜 거두게
되더라도 농약 사용은 어떻게든 멀리하고 싶은 욕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