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봄비가 내리는 어론리에는 새봄의 느낌이 가득하였다. 개나리, 진달래와 더불어 묘목을 심어
4년을 기다렸던 매실이 드디어 꽃을 피웠고, 옆 개울엔 도롱뇽 알 꾸러미가 부화를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에 다시 심어둔 백합,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가 쑥쑥 솟아 오르며 꽃을 피울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번에 심은 호도나무, 이팝나무, 밤나무 묘목은 아직 숨 고르기 준비 중인지 잎이 돋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자산홍은 꽃송이를 가지마다 달고 있고 작약은 새순이 많이 올라 왔다.
동네 어르신들은 올해는 윤달이 들어있어서 날씨가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하셨지만, 반갑게도 무당개구리 몇마리가 어느새 집 주변에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성미 급한 나비는 벌써 날기 시작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듯하고, 나방이도 불빛을 찾아 하나 둘 모이고 있다. 모르는 사이에 봄이 이렇게 시작한
것이다.
2년 전에 집안으로 날아 들어와 우리를 당황하게 했던 곤줄박이는 새집에 자리를 잡아 새끼 칠 준비가
한창이다. 부엌 환기구에 자리를 잡아 알을 낳았다가 달아나버린 그 녀석들인지 모르지만, 두 쌍이
재빨리 드나드는 새집이 우리를 궁금하게 한다. 아내는 사다리를 놓고 들여다 보고 싶다고 했지만 행여
또 달아나버릴까 망설여 진다.
일요일 저녁 무렵, 비가 그치려나 하니 곤줄박이 녀석이 느티나무에 나타나 사방을 둘러보며 짖어대었다. 아직도 우리를 이웃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사람과 가까이 하며 손에 잡고 있는 먹이를 먹고 있는 사진도 있던데…
얘들아 우릴 두려워하며 거리들 두는건 좋단다. 올해는 알 돌보기 잘해서 새끼잘 키우고, 내년에도
꼭 찾아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