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초보 농사꾼 - 농사꾼이라는 표현조차도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으로 보낸금년 한 해를 돌아본다.
지난 봄 4월 말쯤 서석면 장날 일반고추, 파프리카, 피망, 상추, 호박고구마, 방울토마토, 가지, 호박, 옥수수 모종을 조금씩 사다가 심었다. 쑥갓은 충남 홍성의 무슨 축제인지 들렀다가 나누어준 씨앗을 조금 심어 보았는데 아주 싱싱하게 잘 자라 주어 늦가을에 노랑색 꽃까지 피워주었다.
아내는 어떻게 관리를 하려고 그렇게 많이 심었냐고 걱정 반, 기대 반 하는 말투로 내게 말했지만, 이웃 손선생님께서 알아서 해 주시려니 하면서 이것저것 시험 삼아 심어 본 것이었다.
주말에나 겨우 둘러보게 되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손선생님께서 무슨 비료를 얼마나 주셨는지, 무슨 농약을 뿌리셨는지 모른다. 이러니 농사꾼이라는 표현이 전혀 안 어울린다고 할 수 밖에…
어쨌든, 옥수수는 모종 50개를 심어서 너구리와 나누어 먹고 30개쯤, 고구마는 라면 박스로 세개쯤, 고추, 호박, 파프리카 같은 것은 제법 많은 양을 거두었다.
상추, 쑥갓은 여름 한철 내내 실컷 먹을 수 있었고, 고추, 가지는 많이 달려 여러 집에 나누어 주어야 했다.
매운 것을 못 먹으니 고추는 먹은 것보다 버린 것이 많았던 것 같은데, 볕도 잘 들지 않는 골짜기 한구석에서 기대이상으로 많은 수확을 했다.
막바지에 잘 익은 고추는 아파트 베란다, 거실을 옮겨 다니며 겨우겨우 말려 놓았다.
고구마는 겨울철에 잎이나 보려고 물에 담가 놓았는데, 어느새 아주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모종을 심고 나서 느낀바 있었지만, 식물의 생명력이 그렇게 대단한가 몰랐다.
홍천~서울을 다니며 거두어온 수확물로 여름 내내 냉장고 채소박스는 그득했고, 덕분에 채소는 여러 가지로 무한정 먹을 수 있었다.
내년에는 얼마나 농사일을 펼치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올해만큼은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집을 짓게 되면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늘게 되고, 그만큼 밭을 돌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니 최소한 올해 수준은 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내년엔 고구마는 어떻게 심어야겠다, 옥수수는… 하고 나름대로 요령도 어렴풋이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철없는 하룻강아지 농사꾼이다 보니 날씨만 허락한다면 들어가는 노동력만큼 거둘 수 있는 것이 농사일이라는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