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30. 11:44

우연 또는 필연-3

몇 주일 전 홍천에서 귀경하는 길,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앞 타이어의 우측에 펑크가나서 타이어가 거의 주저앉아버린 것을 집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것이다. 몇 달전에도 타이어에 박힌 나사못 때문에 놀란 적이 있었는데 꼭 같은 상황을 다시 만난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앞 타이어의 펑크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인데, 아내가 만났던 정비업체의 직원은 이런 타이어로 어떻게 고속도로를 달렸냐고 하면서, 큰 사고 날 뻔했다며 오히려 더 놀랐단다. 거의 주저앉은 타이어로 100 여 킬로 미터를 달린데다가 타이어를 자세히 살펴보니 옆이 칼로 벤 듯이 날카롭게 찢겨져 있었으니 정말 위험한 위기를 넘긴 것이었다.

타이어 교체로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이른 아침 멋모르고 홍천을 떠나 두 시간 가까이 사고 일보 직전임을 모르고 즐겁게 운전을 했다는 걸 돌아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아직은 세상을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을지, 운 좋게도 타이어가 견디어 준 결과였을지를 전혀 모르고 있으니, 사람이란 참 어리석은 존재임을 실감했다.


얼마 전 작은 녀석 부부와 다녀온 시애틀 부근의 Mt. Rainer, Olympic N.P., Mt. Hellens 여행길에서는 변화무쌍하는 날씨에도 원하던 경치를 대부분 기적처럼 볼 수 있었다. 아침에 퍼붓던 빗줄기가 굵어졌다가 가늘어지며 잠시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었고, 산 정상에 이르러서는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는 덕분에 환상처럼 펼쳐지는 경치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불과 몇 분 사이에 날씨가 바뀌고, 정상에서 내려오며 폭우를 만나기도 하는 스릴 만점의 결과를 여러 차례 겪고 나니, 길을 잘못 들어서서 시간이 지체되지 않았더라면, 길가의 경치를 즐기려 잠시 지체하지 않았다면, 어찌되었을지, 과연 우연히 그런 상황이 이어지게 된 것인지, 누군가가 결정해 놓았던 의도에 이끌리게 된 결과였을지 궁금하게 하였다.


장자가 나비꿈을 꾼 이야기가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요즘엔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상황 하나하나가 누군가에 이미 정해진 각본을 따르고 있는 것인지, 내가 스스로 정하는 일정에 따라 가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인지 점점 더 알 수 없음을 느끼고 있다
.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며 열고 있는 세상은 과연 우연인가? 필연인가? 그저 매사에 순응하며 사는 것만이 지혜로운 결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