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일 전 홍천에서 귀경하는 길,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앞 타이어의 우측에 펑크가나서 타이어가 거의 주저앉아버린 것을 집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것이다. 몇 달전에도 타이어에 박힌 나사못 때문에 놀란 적이 있었는데 꼭 같은 상황을 다시 만난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앞 타이어의 펑크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인데, 아내가 만났던 정비업체의 직원은 이런 타이어로 어떻게 고속도로를 달렸냐고 하면서, 큰 사고 날 뻔했다며 오히려 더 놀랐단다. 거의 주저앉은 타이어로 100 여 킬로 미터를 달린데다가 타이어를 자세히 살펴보니 옆이 칼로 벤 듯이 날카롭게 찢겨져 있었으니 정말 위험한 위기를 넘긴 것이었다.
타이어 교체로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이른 아침 멋모르고 홍천을 떠나 두 시간 가까이 사고 일보 직전임을 모르고 즐겁게 운전을 했다는 걸 돌아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아직은 세상을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을지, 운 좋게도 타이어가 견디어 준 결과였을지를 전혀 모르고 있으니, 사람이란 참 어리석은 존재임을 실감했다.
얼마 전 작은 녀석 부부와 다녀온 시애틀 부근의 Mt. Rainer, Olympic N.P.,
장자가 나비꿈을 꾼 이야기가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요즘엔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상황 하나하나가 누군가에 이미 정해진 각본을 따르고 있는 것인지, 내가 스스로 정하는 일정에 따라 가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인지 점점 더 알 수 없음을 느끼고 있다.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며 열고 있는 세상은 과연 우연인가? 필연인가? 그저 매사에 순응하며 사는 것만이 지혜로운 결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