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밤마다 EBS에서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의 진화론 특강을 몇 편 보았다. 특히 나가수란 방송 프로그램과 자연계의 생존 법칙을 견주어 설명하는 걸 보며 주어진 환경에 웬만큼만 적응하며 맨 뒤로 쳐지지만 않으면 사실 생존에는 문제가 없음을 왜 모르고 살았을까 뭔가에 크게 속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왜 최고를 달성하라고 추켜세우고, 금메달 만을 인정하면서 살아왔을까? 우리가 지금껏 뭔가에 홀렸던가 아니면 속아서 살아왔던가를 돌아보았다. 겉으로는 잘했어 잘했어 하면서 속으로는 일등이 아니면, 금메달이 아니면 꽝이지 해 왔던게 아니냐는 반성을 하게 된다. 남극의 눈물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펭귄이 극한의 기후 남극에서 꾸려가는 삶을 보니 수 많은 새끼들 중에서 천적에게 희생을 당하는 녀석들은 아주 체력이 뒤떨어지던가, 운이 나쁘던가 하는 일부분일 뿐, 대다수는 멀쩡하게 살아서 어미로 성장하는 걸 보며, 나는 내 자식들한테 어떻게 요구를 하며 살아왔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기업에서는 오로지 최고가 아니면 세상에서 도태되고 만다, 21세기에는 몇%의 인물이 이 세상을 끌어갈꺼다 식의 최고 지향주의로 직원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나 역시 그런 교육을 수없이 받고, 현혹되어 그렇게 믿고 지금껏 후배들을 선동하듯 밀어붙이며 살았다.
연휴에 며칠 동안을 손주 녀석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대체 그 녀석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가? 직업에 대한 가치관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의 앞서가는 능력을 조금 처진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신보다 조금 부족한 이들을 도와 주면서 함께 공존해 가는 여유와 지혜를 가진 인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만 있다면 정말 다행이겠다.
부와 권력을 차지해서 성공한 인물로 인정을 받기 보다는 바르게 살면서 자신의 능력을 나누며, 함께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인물로 키워보려는 부모로 가득 채워지는 세상을 꿈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