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1. 08:58

어론리의 새봄맞이

어느새 어론리에서 세번째 봄을 맞고 있다.

조금씩 시골의 삶을 배워가고 있기에 이제는 농사준비에도 어렴풋이 계획이 잡혀간다.

주말 어론리에는 마을사람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 집 주변에는 농기계가
분주히 돌아다니고, 물을 받고 있는 논도 눈에 띄었다
.

밭농사는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토요일 과천에서 사온 반송 100, 적송 50, 계수나무,
모감주 나무를 집 주변, 뒷 골짜기 땅에 심었다. 요령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진도도 낮고, 힘은
더 들고 고생스러웠지만, 종일토록 나무를 심는다고 고랑파고, 물주기를 하면서 몇 년 뒤
묘목이 당당하게 자리잡은 모습을 그리며 하루를 꼬박 마당에서 보냈다
.

소나무는 아직 절반 정도를 더 심어야 하니 다음 주말에도 땅파기를 한참 더 해야 한다.
아내는 돌팔이 농사꾼을 거들면서 이런 일을 누가 강제로 시킨다면 힘들어 하겠냐고 하며
나중에 팔 방법은 있는 거냐고 했다.

잘 키웠다고 가정하고 몇 년 뒤에 팔 수 있게 될지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전적으로
농사일에 생계를 걸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앞뒤 계산도 없이 일만 저지르는 내게 불평 한마디 없이 일방적인 도움이 노릇을 하고 있는
아내의 사랑을 또 한번 마음 깊이 느껴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