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8. 17:38

옆산을 가로질러 낸 끔찍한 흉터를 보며

지난 겨울, 홍천 집 옆의 산 주인은 벌목을 핑계 삼아 집 뒤의 더덕 밭을 중장비로 마구 뭉개고,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내버렸다. 개울 옆 소나무 세 그루를 베어낸 자리가 아직도 휑하게 느껴지는데, 잣나무와 낙엽송을 수없이 베어낸 후 산허리를 가로질러 트럭이 지나갈 길을 낸 것이다. 인간은 이래도 되는건가 끔찍한 흉터처럼 도로가 난 자리의 무너져 내린 흙더미, 자갈더미가 올 여름 장마철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불안해 보이기만 한다. 산아래 농사를 짓고 있는 이웃 어른이 농사짓는데 그늘이 지니 벌목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한다. 농사를 짓기에 그늘이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 모르지만, 밭에 심은 농작물을 다만 얼마라도 더 거두어 보겠다는 욕심이 산 기슭 한 면을 깡그리 베어내게 된 결과를 낳았다. 수십년된 낙엽송을 빡빡 밀어내듯 베어낸 급경사의 산은 몇 십 년은 기다려도 복구가 될지 모를 흉한 모습으로 남았다. 이른 새벽마다 집 주변에서 아침 잠을 깨우듯 지저귀던 새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과연 산의 주인은 누구인가?  몇 년 전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읽고 나서 면역력이 전혀 필요 없던 환경에서 행복하게 삶을 이어오던 인디언에게 컬럼버스는 지옥으로부터 찾아온 악마였던 것이다. 전염병을 퍼뜨리고, 위스키로서 파멸의 길을 열어 주고 자연을 파괴하고...’ 라고 적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며칠 전 읽은 도종환님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에서 대지에 절해야 한다라는 글이 가슴에 와 닿았기에 여기에 옮겨 놓았다.

 

자연은 자연의 것이다. 산은 산이 주인이고 나무는 나무가 자기의 주인이다. 대지는 대지의 것이고 우주는 우주 그 자체가 주인이다. 인간의 것이 아니다. 강과 땅과 산이 자기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인간위주의 사고방식이다. 인간이 자연의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건 이기적인 태도다. 오만한 자세다.
인간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도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고 우주의 일부이다. 인간이 소우주이면 산도 토끼 한 마리도 떡갈나무도 개미도 붓꽃도 저마다는 다 소우주를 이루고 있다. 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잠시 같이 살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잘 해야 한다. 삼보일배(三保一杯)하는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대지에 절을 하며 겸손해지고 대지에 절하며 사죄해야 한다. 인간은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

주제넘게 강을 파헤치고, 산허리를 잘라 고속도로를 내고,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인간의 앞날을 누가 돌보아 줄 것인가? 역시 자연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