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2. 11:46

자연과 더불어 살기

언제부터인지 내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새나 나비, 풀 벌레들이 소중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홍천 집은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조금 떨어져있기 때문일까 집안에서 온갖 벌레를 만날 수 있다. 혹시나 물리면 어쩌나, 병원균을 옮기는 녀석이면 어쩌나 불안하지만, 집 주변에 수없이 눈에 띄는 벌레를 보면서 농약을 멀리 하며 벌레와 나누어 먹는 농사짓기를 한 효과라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벌레는 여러 가지이다. 개미부터 시작해서 여름 밤에는 불빛을 보고 모여드는 나방이 같은 야행성 곤충, 풍뎅이, 노래기 비슷한 놈, 하루살이, 날도래 같은 수서곤충의 성충, 잽싸기 이를데 없는 그리마 등등, 파리채로 두드려 잡았던 적도 있었지만, 얘들아 이제 집안으로는 들어오지 마라 하며 산채로 내쫓으려 하고 있다. 홍천 집터도 사실은 그 녀석들이 원래 주인이었기에 함부로 대하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기도 한다.

 

양배추를 심어보니 겉의 이파리는 벌레가 파먹어 엉망이 되더라도 속까지는 벌레가 파고들지 않으니 벌레와 나누어 먹어도 됨을 알게 되었고, 옥수수 역시 벌레가 파먹어 들어가 자리를 잡기도 하지만 내다 팔 목적으로 상품성을 목표로 하지 않으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살림처럼 유기농 제품을 팔고 있는 가게에서는 벌레 먹은 흔적이 분명한 채소가 자리를 잡고 있고, 더구나 비싸게 팔리기도 하니 어느새 건강한 식품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조금 흠집이 났거나 모양새가 빈약하더라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멀리하려고 애써서 기른 결과물이고, 그런 먹거리가 건강에 도움이 될꺼라는 인식이 확대된다면 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소비자나 모두 건강한 환경에서 살수 있게 되는데, 조금씩 양보하며 개선된 내일을 기대하는 공감대가 퍼져나가는 방법은 없을까?

 

최재천 교수는 EBS 특강에서 자연계에서 경쟁이 아닌 공존, 공생하는 사례를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신문이나 TV방송에서, 인간이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비롯하여 환경을 보존하며 살아갈 때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꾸준히 알려주고 이끌어야 한다.

어느새 아파트 주변에는 개나리가 피고, 나무 가지는 조금씩 빛깔이 바뀌어 봄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고 있지만, 올해는 밭 농사를 어떤 수준으로 절충해 가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EM용액을 잘못 써서 그랬는지 대추는 할 알도 달리지 않았고, 콩은 두 주먹 밖에 거두지 못했다. 혹시나 주변에서 모두 농약을 쓰지 않는다면 해충의 피해는 내 텃밭에 집중되지 않으면서 해충의 밀도가 낮아질테고, 찾아오는 새가 늘어나면 해충도 줄어들게 되리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밭의 비닐을 걷어내고 마른 잡초 줄기를 꺾어 버리며 집 주변을 정리하면서 보니 지난해 보다 사마귀 알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 밭에 모여 살아라 예들아 올해도 너희만 믿는다 하며 행여 밟히거나 손을 타지 않도록 조심스레 자리만 조금씩 옮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