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것일까 얼마 전부터 집 주변에 곤줄박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에 만들었던 새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씬하지 않던 녀석들이 둥지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일까 망설이듯 눈치를 보더니 드디어 묵은 집에 드나들며 이끼를 물어 나르며 자리를 잡는 것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 가보니 집안에서 보금자리를 다듬는지 계속해서 나무 판자를 쪼아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둥지를 마련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은 앞 마당의 느티나무주변을 맴돌고 있기에 부지런히 서둘러 작은 크기로 한 채를 더 지어서 느티나무 위에 걸어주었더니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 잽싸게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마 집을 지으며 모아 두었던 묵은 자투리 나무이기에 페인트나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우리가 조금씩 주변과 가까이 하려 했던 걸 알아주게 된게 아닐까 반갑고, 다행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텃밭을 갈아 엎을 준비를 한다고 퇴비를 뿌리며 느티나무 주변을 가까이 하게 되니 침입자라고 오해를 했을까 언제 날아 왔는지 한 녀석이 연상 시끄럽게 재재거렸다. 일 주일 만에 나타난 무상 주택 제공자가 오히려 그 녀석 들에게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다니…
아내는 곤줄박이를 보더니 원래 우리 집 자리도 그 녀석들이 원주민이었으니 당연한게 아니냐고 한다.
옆 개울에는 지난해 때아닌 이른봄 폭우로 도롱뇽 알이 모두 휩쓸려 내려가 버려 이제 더 이상 못 보게 될까 해서 섭섭했는데, 올해도 여러 무더기가 눈에 띄었다. 폭우가 남긴 상처가 어느새 회복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증거물을 보고 아내는 아주 반가워 했다.
올 봄엔 새집을 드나드는 곤줄박이 두쌍, 개울엔 도롱뇽 올챙이 가족이 번식하는 모습을 훔쳐보며 지내는 즐거운 주말이 더욱 기대 되게 되었다.